영국의 인지과학자 Johnson-Laird 에 의하면, 인간의 인식론(epistemology)에는 두 가지 주요한 딜레마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플라톤의 딜레마(Plato’s dilemma)라고 불리며, ‘인간이 어떻게 적은 지식을 가지고, 그렇게 많은 것을 알 수 있는가?” 이고, 이와 상반되는 오컴의 딜레마(Ockham’sdilemma)는 ‘ 인간은 어떻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그렇게 적게밖에 알지 못하는가?’이다.
한국인의 부계 하플로 O1b2(M176, 구 O2b)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떠오른 것은 ‘오컴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2021년이 된 지금,거의 10년 전 2010년대 초를 되돌아 보면, Y-염색체에 대한 Full-sequencing 이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서유라시아지역에서부터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한 고인골 데이타에 대한 철저한 오염방지와 고인골 데이타의 진실성(Authenticity)에 대한 검증을 동반한 정교한 분자인류학적분석이, 동아시아지역에서도 시작되어, 선사시대 유적에 대한 고인골들에대한 분자인류학적 분석도 개시되었다. 현대인에 대해서는 Y-SNP하플로를 Y-STR자료에 근거하여 추정하거나, Y염색체의 59Mb에 이르는 엄청나게 많은SNP들 중에, Sanger검사법으로 겨우 수십개의 SNP 들에 대한 측정만이 가능했고, 한국이나 중국에서 고인골들에 대해서는 적은 수의SNP들이 설령 측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측정된 과정이나 결과물로 나온 데이타의 공개도 안 되어서, 진실한 고인골데이타로 측정이 제대로 되었는 지 판단도 할 수 없었던 것에 비해, 이러한 여러 발전된 도구들과 방법론은 큰 기대를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낙관론의 배경하에, 적어도 10년 안에는 그 때까지 다른 많은 부계 하플로들과 마찬가지로,그 기원지나 확장중심지역이나 시기, 이동경로 등에 대해 추정만 많았던 한국인의 가장 다수을 차지하고, 표지 부계 하플로라고 알려진 O1b2(M176)에 대해서도, 확실한 것을 말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한국인과 중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많은 인구집단들에 대해서, 적지않은 Y염색체에 대한 full-sequencing 데이타들이 이미 나왔고, 비록 한반도의 고인골에 대한 부계 하플로 데이타는 아직 없지만, 동아시아각지의 고인골들에 부계 하플로 데이타들도 제법 나온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여전히 M176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추정들만 있을 뿐, 뭔가 확실한 것은 없고, 2020년을 넘긴 지금, M176에 대해서 이렇게 적은 것만 말할 수 있으리라고는 10년전에 미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혹자는 아직 ‘오컴의 딜레마’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언급한 대로, 한반도에서 나온 고인골들에 대한 부계 하플로 데이타도 없고, 중국 지역에서도 요서의 홍산문화, 하가점하층문화, 하가점상층문화와 산동성의 후리문화 등 주요한 지역들의 고인골에 대해서, 부계 하플로가 측정되었지만, 부계 하플로 M176의 고인골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신석기시대 여러 문화들인 예를 들어, 요동중부의 신락(新樂)문화, 요동반도 방면의 소주산(小珠山)문화, 산동성 내륙의 대문구(大文口)문화나 연해에 위치한 교동반도의 백석(白石)문화, 악석(岳石)문화 등지의 고인골들에 대한 부계 하플로 데이타가 없기에,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지역들의 고인골 부계 하플로 데이타가 나오기 전까지 마냥 기다려야만하는 지, 또 여기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달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요동이나 산동성의 교동반도 지역은 한국인에게는 중요한 지역일 수 있을 지 모르나, 중국 연구자들에게는 자신들의 화하족의 기원과 관련한 연구가 우선이고,이 문화유적들에 대해서는 후순위로 밀려서, 언제 고인골에 대한 분자인류학적 측정이 이루어질 지, 앞으로 몇 년 이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듯이, 오래된 고인골에서 부계 하플로그룹 데이타를 추출하는 것은 대단히 까다롭고, 어떻게 중국연구진에서 이 문화유적들에 대해서,고인골 측정을 하더라도, 거기에서 세부적인 하위 클레이드 데이타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많은 고인골들에서 C*, C2*, O*,O1*, 이런 매크로-하플로 그룹만 확정할 수 있고, 보다 세부적인 하위 클레이드를 알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현재 활용할수 있는 데이타로서, 최대한 탐색의 범위를 좁히고, 이러한 좁혀진 범위내에서, 다른 사실들과 모순없이 양립할 수 있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후에나오는 데이타들로 ,이의 타당성을 적확하게 검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사전 탐색과 조사 과정을 현상태에서 가능한 영역까지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이후에 어떤 데이타들을 집중적으로 주의하여, 검토해야 할 지와 데이타들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가장 확실한 부계 하플로 M176에 속하는 고인골 데이타는 일본 큐슈섬 나가사키현의 야요이시대 말기 시모모토야마이와카게(下本山岩陰)에서 발굴된 샘플 3번이 M176의 서브 클레이드로, 일본인들에게 가장 많이나타나는 47z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고인골은 야요이시대말기의 B.P. 2,000년 전으로 탄소방사성 동위원소 년대측정법으로 년대가 측정되었고, 이 시기는 이미 M176과 그 하위의 47z이 발생하고,확장하고 난 지, 한참이 지난 시점으로, 이 고인골 데이타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2,000년 전에는일본열도에도 47z이 존재했고, 이 고인골은 체질인류학적으로나,상염색체상으로 죠몽인에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47z이 일본열도에 도래한 시기도 2,000년 전보다는 더 앞선 시기였다는 정도이다. 그리고,이 시기 일본 큐슈지역의 야요이문화는 한반도와 깊이 관련이 되었다는 것은 고고학계에서 널리 인정된 바이고,기존에 죠몽인의 고인골에 발견된 부계 하플로 D1b계열뿐이므로, M176의 하위인 47z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고, 한반도에서는 47z 및 그 상위의 M176의 여러 부계하플로들이, 2,000년 전보다 더 전에 큐슈의 야요이인이 죠몽인과 상당기간 함께 지내며, 혼혈하기 전에 이미 존재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기는 언제일까? 신석기 혹은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 갈 수 있을까?
M176 부계 하플로가 한반도에 존재하기 시작한 시기에 대해서,무한정 계속 올려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빙하기 시대 약 15,000년 전에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육교가 존재해서, 빙하기에 베링육교를 통해, 시베리아 동북부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간 부계 하플로 Q와 같이, 항해를 위한 선박이나 항해술이 없이도 건너가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고,15,000년 이전 구석기 시대에 한반도에 M176이 존재했다면, 이미 죠몽인이 살던 일본열도에 이들이, 건너가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M176이 한반도에 존재하기 시작한 시간적 상한대는 빙하기가 끝나고,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 육교가 없어진 적어도 15,000년 이후로 잡아야 할 것이고, 시간적 하한은 앞서 언급한 대로,이미 일본열도에 야요이 후기에 47z이 나타나서, 죠몽인과 이미 몇 대에 걸쳐 혼혈이 되었던 2,000년 전보다는 300~500년 정도 앞선 2,400년 전후 정도의 시기가 될 것이다. 15,000년 과 2,400년 사이라는 시간적 상한과 하한은 여전히 막막해 보이는 넓은 시간대이지만, 일본열도에서 죠몽과 야요이시기 출토된 여러 고인골들에 대해서, 부계 하플로 측정이 적은 수로나마 이루어진 덕분에 이 정도라도,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금년도와 내년에 계속 한반도에서 측정된 여러 고인골들에 대한 분석결과도 나온다고 하니, 여기에 신석기나 청동기 초기 유적들의 고인골이 포함되어 있고, 부계 하플로 측정도 이루어졌다면, 한반도에 M176이 존재하기 시작한 시기에 대해서 더 범위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의 고인골에 대한 부계 하플로 측정으로, 시간적으로 다소 범위를 좁힐 수 있는 M176의 한반도 등장시기 문제와는 별도로, M176의 기원과 확장의 공간적인 귀속 문제도 어느 정도 한정이 가능할까? 여기서, 언급해야 할 것은 한국인에 대한 본격적인 분자인류학적인 연구가 막 시작했던 2011년에 단국대 김욱교수 연구팀에서 발간한 논문 Kim et al. 2011 < High frequencies of Y-chromosome haplogroup O2b-SRY465 lineages in Korea: a genetic perspective on the peopling of Korea >에 나온 부계 하플로 그룹 자료이다. 이 논문에 보면,한국인과 일본인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베트남인, 인도네시아인, 타이인 등의 인구집단에서도 M176이 나온다.그런데, 문제는 이 김욱교수팀의 연구와 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논문들외에는 이후에,나오는 동남아시아인 인구집단의 부계 하플로를 측정한 다른 수많은 연구들에서 M176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해당 논문 연구진에게문의한 바도 있지만, 적절한 대답을 얻지 못했고,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은 논문의 언급과 달리, 직접 동남아시아 현지에 가서, 그들의 체액을 채취해서,측정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와 있는 동남아시아출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측정했고,후에, 이들을 측정한 샘플과 한국인 샘플이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이 논문에는 동남아시아 오지에서 오래 전부터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온 원주민이아니라, 베트남의 하노이, 타이의 방콕, 치앙마이, 인도네시아의 자바 등 주로 대도시 지역의 샘플들을 측정했다고 나오는 데,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점령하고 주둔하고,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인도 이들 지역을 많이 거쳤을 것이므로, 이들 대도시 특정 지역에서 이러한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아무튼 뒤에 나올 M176의 중국내 분포에서도 볼 수 있듯이, M176의 분포는 양자강 이북 북중국지역에 거의 한정되어 있고,남중국지역에는 드물거나 아예 없기에, 정상적인 인구 이동에 의한 확산이라면,동남아시아지역에서 남중국보다 더 높은 비율로 M176이 나타날 가능성은 극히 낮기에,이 논문과 같은 8%(인도네시아인O2b-M176 ), 4.17%(베트남인 O2b-M176, O2b1-47z)과 같은 비율로 나타날 수 없고, 다른 연구자들에 의한 후속 연구들에서도 이러한 비율은 재현이 되지 않았으므로, 이 논문에 나온 데이타를 M176의 공간적 분포에 참고자료로 삼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O1b2(M176)의 기원을 동남아시아 지역과 연관짓는 관점은 M176과 같이 O1b(M268)에서 분화한 O1b1(F2320) 아래의 여러 하위 클레이드, 특히 M95 아래의 하위클레이드들이 인도 동부나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여,Austroasiatic, Hmong-Mien등에 다수로 나타나고, 그 보다 상위의 O1(F265)에서 갈라진 O1a(M119)의 여러 하위 클레이드들이 Kra-Dai, Austronesian 등의 여러 어군 사용집단에 주로 나타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즉, 매크로 부계 하플로 그룹 O1의 하위 클레이드들 중, O1b2(M176)와 O1b1아래 O1b1a2(Page59) 등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의 여러 인구집단에 다수로 분포한다. 그러나, M176의 기원을 이들과 연관지을필요가 없는 이유는 M268에서 O1b2(M176)이 분화된 시기는 약 25,000년 전으로서, 이후에, M176이 PK4나 M95와 같은 O1b1(F2320)의 하위분지와는 각자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오늘날 인도 중부와 동부의 카스트에도 속하지 않은 하층의Austroasiatic어 계열의 여러 집단과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 Hmong-mien계열에 많이 분포하는 M95도 이 지역의 원주민이 아니라, 양자강 중류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남부에서 점차적으로 남하한 신석기 농민들의 주요한 부계 하플로로서, 그 지역에 오래 전에 존재한 부계하플로 C1b, K*, D2 등으로 구성된 구석기 수렵채집위주의 Hoabinhian문화인들을 몰아 내거나, 일부와 혼혈한 그룹이라는것이 밝혀지고 있다(Lipson et al. 2018). 또한, O1b1a2(PAGE59)에 속하는 샘플이 약 5000년 앙소문화에 속하는 중원 하남성 왕구유적에서 나온 것을 볼 때(Ning et al. 2020), M95도 그 기원은 중원지역에서 가까운 농경이 일찍이 발달한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로 볼 때, O1b(M268)의 보다 다양한 하위 분지들이 위치하는 중국의 양자강 유역이나 그 보다 위의 중원지역이 이 하플로그룹이 빙하기 이후, 본격적인 분기를 시작한 지점일 수 있으며, M176은 이들 분지들 중 먼저 분기하여, 보다 동북방향으로 이동해 간 클레이드로 볼 수 있다.
이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M176의 현대 인구집단에서의 분포가 알려진 시점부터 계속 M176은 한국인과 일본인 집단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다른 동아시아 인구집단에는 아예 없거나, 극히 소수로만 분포하고, 일본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47z은 한국인에게서도 적지 않은 수로 나타나고, 다른 하플로 그룹 초기 분화의 근부에 가까운 하위클레이드들이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나므로, 한반도가 M176의 기원지일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M176의 초기 분화의 근부에 가까운 유형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전에 아직 M176의 분화 구조에대해 상세히 밝혀지지 않았던 시절, K10과 CTS3505 등을M176에서 최초로 분기한 하위 분지로 파악하고, 이들 각각에 대한 하위 분지가 한국인에게 많다는 사실에 근거하지만, Y염색체에 대한 Full-sequencing으로 보다 다양한 지역에 많은 샘플에 대해서, 조사가 진행된 현재는 이들보다 먼저 분기한 다른 하위 클레이드들도 밝혀졌으며, 한국인들에게만 이들 근부에 있는 하위 분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현재까지 나온 여러 자료들을 조합하여, 가능한 한 정확하고, 세부적인 구조가 드러나는 M176의 하플로 트리를 만들고, 또한 하위 하플로 클레이드들의 분포지역과 비율 등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검토를 다음 절부터 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눈 밝은 이들이,아직 M176의 고인골 데이타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플라톤의 딜레마’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입력된 데이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 이성의 명징한 통찰력으로, M176의 기원과 확장 지역과 대응하는 고고학문화,이동경로와 분화형태 등을 연관시켜, 관찰된 사실들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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